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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개인주의자 선언

Voguey 2021. 5. 11. 17:00

 

 

치과치료를 마치고 신청한 서류를 가만히 기다리는데 심심하기에 책이나 볼까 싶어 치과에 구비해 놓은 책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침 눈에 들어온 책의 제목 하나가 나를 꽤 사로잡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책꽂이에 있는 책들이라곤 파페포포 시리즈, 시집들, 잡지들 뿐이었으니 거의 유일한 읽을거리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찌됐든 나는 책을 펼쳐 들었고, 책을 펼치자마자 보인 한 단어로 인해 무섭도록 빠르게 이 책에 빠져들었다.

 

'인간 혐오'

 

작가는 본인을 소개하면서 맨 처음에 자신의 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설명해놓은 줄 알았다.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사회는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싫어서 연기하며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너무 잘 묘사해놓은 것이다. 처음을 동질감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책은 빠르게 읽혀졌다. 중간에 서류가 너무 오래걸린다며 팩스로 보내주겠다 말하며 나를 보내놓고선 이틀이 지나도 서류를 보내주지 않는 치과의 방해로 인해 잠깐 독서를 중단해야했지만 말이다. 치과에서 벗어난 나는 휴대폰 지도앱을 이용해 주변에 책읽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고, 다행히도 만 원을 내고서야 그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상식선의 단어들이 내겐 굉장히 낯설었는데 그때 '내가 정말 책을 많이 안 읽긴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글쓴이가 책을 너무 많이 읽기도 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알 건 알아야지. 앞으로는 독서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주변에 도서관이 어딨더라......)

 

요즈음은 사무실에 이직을 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조직문화나 인간관계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일을 시작한 지 2개월,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배워가는 입장인데 나의 선배들은 내게 바라는 것이 왜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나도 물어보기 싫고, 나도 한 번에 잘 해내고 싶다. 그렇지만 모르는데 어떡하란 말인지. 같은 팀 앞옆자리에 앉은 선배님께 자료요청을 위해 쪽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장은 '마주보면서 쪽지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였다. 내가 처음으로 선배에게 정성스레 보낸 쪽지에 대한 답이었다. 그 쪽지를 보내기 위해 내가 5분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보낸 것은 그분은 알고 있을까? 혹시라도 다른 말을 들을까 최대한 깍듯하게 보낸 것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지? 심지어 나중에 면전에서 마주쳤을 때, '무슨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하냐고, 그렇게 깍듯할 필요 없고, 그냥 와서 말하라.'고 한 번 더 내게 주지했다. 몰라서 그랬는데 그게 많이 못마땅하신 것 같아보였다. 그런데다가 그날 저질러진 내 실수까지 겹쳐서 소리까지 들으니 그날 하루는 정말......... 물론 지금 이 직장이 내게 과분하단 걸 안다. 이전에 3교대 하며 엉망이던 일상에 비하면 감사할 따름이지. 그런데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고 싸여오던 와중에 이 책의 "말이 흉기다"라는 부분을 읽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도 그냥 그 자리에서 울 뻔했다. 물론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게 먼저겠지만 이 부분이 내게 너무도 위로가 되고, 마냥 슬펐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아무리 내가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본들 이런 것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상처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 아니냐.' 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왜그렇게 슬프던지. 사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고, 고민이다. 내게 이런 감동과 위로를 준 글이 참 고마워서 내 공간에 남겨놓고자 글을 가지고 와봤다.

 

135p

[말이 흉기다]

 사람이 사람을 살해하는 주된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재판 경험에 비춰보면 의외로 '자존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건설 현장에서 숙식하는 노동자가 자고 있는 동료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살해 동기는 말 한마디였다. 저녁 때 소주를 마시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정 지역 출신 촌놈이라고 놀렸다. 다 같이 힘든 삶을 사는 처지면서 좀더 가난한 지역 출신이라고 놀린 것이다. 그만두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놀리자 모욕감에 시달리다 일을 저질렀다.

 40년 해로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평소 유순하고 소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이유는 사소한 말다툼 중 '개눈깔'이라고 내뱉은 아내의 말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눈 한쪽을 잃고 모진 놀림에 시달렸던 그에게 그 한마디는 흉기였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말'이다.

 특히 인터넷은 그 흉기를 죄의식 없이 휘둘러대는 전쟁터다. 단지 주목받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는 모욕을 가하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발언에 대해 사회적 제재를 가한다. 한 NBA 구단주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흑인과 함께 내 경기장에 오지 마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영구퇴출당하고 구단을 매각했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법관들의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진심으로 친구의 비만을 걱정해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옳은 충고도 '싸가지 없이'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법조인들의 말은 더더욱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검찰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한 후 굴욕감에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례가 여러 번 발생했다. 최종심판자인 법관의 말은 더 무섭다. "늙으면 죽어야지" 등의 막말만 문제가 아니다. 피고인 앞에서 재판 기록을 뒤적거리며 무심코 하는 혼잣말 한마디도 피고인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그래서 법정에서는 불필요한 말은 단 한마디도 금물이다. 요즘은 동료 법관의 재판을 서로 교대로 방청하며 자신의 재판을 돌아보게 하는 법정 모니터링 기회가 많다. 다른 판사의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니 나조차도 높은 법대 위에 앉은 판사의 표정 하나에도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한번은 판사가 "주소 보정 아직도 안 하셨네요. 일부러 안 하시는 건가요?"라고 내뱉으면서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휙휙 넘기자 당사자가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몇번이나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판사는 일이 많다보니 순간 짜증 섞인 말을 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법대 밑에서 이를 듣는 당사자에게는 판사에게 밉보여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공포심을 충분히 줄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절차적으로 필요한 말을 할 때도 표정이나 말투를 더 부드럽게, 친절하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말'이라는 무시무시한 흉기를 무신경하게 휘둘러대는 대신 조금만 더 자제하고 조금만 더 친절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훨씬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다.

 

 

챕터마다 작가의 생각이 듬뿍 담긴 사회 문제나 정치, 젠더 갈등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행복'에 기반을 둔다. 모든 이는 행복하길 바라고, 작가도 물론 그렇고, 나 또한 그러하다. 싸움과 분쟁은 이를 저해함을 이를 바라는 이들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잘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이기심을 부려 발단을 만든다. 누가 먼저였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참 중요할 것 같다. 이미 시작된 싸움이니까 말이다. 근래에는 저런 많은 문제 중 젠더갈등이 으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당장 유튜브만 켜봐도 여자가 군대를 가야 한다, 군필에 3천만 원을 주겠다 하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피드를 장악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군대'에 관해서는 국가에 이득이 된다면 그 의견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남자 혹은 여자)가 저렇게 말을 했다고?! 그럼 나도 보복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부터 시작했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혔기 때문에 그래도 최선의 타협 선을 찾아 원만히 해결했으면 좋겠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다. 특히 내게 와닿았던 얘기는 옴진리교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 출처: 위키백과]

개요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경, 도쿄도 내의 제도고속도교통영단(지금의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 선, 히비야 선에서 각 2편성, 지요다 선에서 1편성, 총 5편성의 지하철 차내에서 화학무기로서 사용되는 신경 가스 사린이 살포되어 승객과 승무원 등 13명이 사망,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동일본 여객철도 관할역사에서도 사린이 들어와 역무원이 사린 가스에 중독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당시 전후 최대급의 무차별 살인행위인 것뿐만 아니라, 마쓰모토 사린 사건에 이은 대도시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화학병기가 사용된 역사상 최초의 테러 사건으로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더불어 이 사건은 일본의 안전 불감증이 아직도 심각함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유기 인 계 중독의 해독제인 프랄리독심요오드화메틸(Pralidoxime Iodide Methyl, PAM)은 당시 다수의 병원에서 대량으로 재고를 가지고 있던 종류의 약제가 아니었고(주로 농약 중독용으로 쓰이던 약이었다), 피해가 사린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명되자마자 순식간에 전부 사용되어 버렸다. 그리고 전국의 병원에 수집령이 내려졌다. 특히 도카이도 신칸센 연선에서는 각 병원의 사용자가 가장 가까운 역까지 사용자가 도쿄행 고다마에 탑승해 각 역에서 받는다는 작전이 전개되었다. 이것이 닿지 않았다면 사망자는 600여 명이 더 늘었을 거라고 한다.

영단 지하철은 사린 살포라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는 가스미가세키 역 등의 문제가 큰 역을 무정차 통과 운행했으나, 이후로는 하루종일 운행을 중지하고, 히비야 선은 다음날까지 연장했다. 그 후에도 가스미가세키 역 등의 4개 역은 일주일 가까이 폐쇄되어 무정차 통과운행을 하였다.

사건으로부터 이틀 후인 3월 22일 일본의 경시청은 신흥 종교단체 옴진리교에 대한 강제 수사를 실시, 이 사건에 개입이 되었다고 판단되어, 체포된 교단의 간부급 신자 하야시 이쿠오의 자백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도쿄 지방법원은 주범인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를 시작으로 하야시 이쿠오를 제외한 범인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다만 고등재판소에서는 무기징역 판결도 다수 나왔다.

2012년, 이 사건에 관여한 다카하시 가쓰야(高橋克也)·기쿠치 나오코(菊地直子)등 두 명의 용의자 중 기쿠치는 6월 3일에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 체포되었고, 다카하시가 6월 15일 도쿄의 한 만화카페에서 붙잡히면서 모든 용의자가 검거되었다. 훗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묶어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하였다.

배경
메구로공증인사무소 사무장 납치 감금 치사 사건,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 일가족 살해 사건 등에 대한 경찰의 의혹이 증폭되어 옴진리교에 대한 강제 수사가 있을 것을 예상한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강제수사 직전에 대규모 테러 사건을 일으키면 경찰의 수사망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아침 출근 시간대에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 사린을 살포할 것을 신자들에게 명령했다. 때문에 가스미가세키나 국회의사당·나가타초(永田町)등 국가의 핵심 시설이 주요 표적이 되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옴진리교가 일본 정부의 시설을 마비시켜 일시적으로 국가를 마비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아사하라 쇼코는 2006년 9월 15일, 최고재판소 상고가 기각되어 사형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2년 6월 사형집행이 연기되었다. 그리고는 2018년 7월 6일, 아사하라 쇼코를 비롯한 간부 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범행
사건은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출퇴근시간인 러시아워의 피크 시간대에 발생했다. 가스미가세키의 관공서는 평상시에는 오전 10시경에 출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월요일만큼은 아침 일찍 부터 조례가 있는 곳이 많다. 오전 8시라는 이른 시간을 노린 것은 그런 관공서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실행범 중에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액체 상태의 사린은 비닐봉투에 넣어진 다음 신문에 싸여 있었다. 각 실행범은 대략 1리터 용량의 팩 2개를 범행에 사용했으며, 하야시 야스오만이 3팩을 휴대했다. 범인은 해당 열차에 탑승해 승강장 부근에서 끝이 날카로운 우산으로 봉투를 몇 차례 찌른 후 열차에서 나와 공범자가 기다리는 자동차를 타고 도주했다. "제도고속도교통영단" 회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은 매일 수백만의 승객을 수송하며 출퇴근시간에는 매우 혼잡하기 때문에 차량 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곤란했다.

 

155p 중

 무라카미 하루키는 옴진리교 사린가스 살포 사건에 관한 르포 『언더그라운드』를 쓰며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인 옴진리교 신자들도 인터뷰했다. 예상 밖으로 신자 중에 명문대 출신의 연구원 등 이공계 출신이 많았다. 소설가여서일지는 모르지만 하루키는 '픽션'을 읽어본 경험의 부재가 엘리트 과학도를 광신도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검증된 법칙과 데이터의 세계에서만 살던 이가 아사하라 쇼코(옴진리교 교주)처럼 통상적인 사고의 범주를 넘어선 예외적 인간의 극단적인 상상력과 조우했을 때 오히려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협소한 상식에만 갇혀 있는 인간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하나 이유다.

 

 

이 수많은 활자의 결론은 현실을 보다 정확하기 인지(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이 현실의 세상을 살아갔을 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사건이라서 더 그랬다. 실제로 소설을 통해 종교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사람이라면 그 끝이 어디를 향함을 조금이나마 알 것이고, 그들의 목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말대로 검증된 법칙과 데이터의 세계에서만 살았던 아사하라 쇼코는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 일을 그대로 실체화시키는 일을 거리낌 없이 진행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인 것은 상상 속에서 자신의 이론을 실현하지 않았더라도 꿈에서 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누구를 죽이거나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혹은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느끼거나. 아, 오히려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끝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한 건가? 그건 정말 무서운데.

 

[옴진리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설명을 가져와본다 - 출처: 위키백과]

더보기

지하철 사린사건을 필두로, 현세인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포아」를 대의명분으로 하여 조직적으로 수많은 살인사건을 일으켰다. 교조인 마츠모토 치즈오(아사하라 쇼코)는 히말라야에서 최종해탈한, 일본 내에 유일한 존재로, 공중부양도 할 수 있는 초능력자이며, 마츠모토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하면 누구나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여 젊은 층에서 신자를 많이 모았다. 교리적으로는 힌두교, 불교, 기독교,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종말론 등이 뒤섞였다. 마츠모토 자신은 석가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복원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마츠모토 본인 편의적인 교리였다.

처음에는 요가를 가르치는 화기애애한 동호회에 불과했으나, 점차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 출가신자들에게 전재산을 시주하게 하고 마츠모토의 두발과 혈액, 목욕물 등 기괴한 상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는 등 고액의 금품을 받아 교단을 확대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괴상품 판매와 과격수행에 회의를 품고 탈주한 신자를 잡아다 구속하거나 살해하는 등, 1988년부터 1994년까지 6년간 탈퇴 의사를 밝힌 신자 가운데 밝혀진 것만 5명이 살해되고 실종자는 30명이 넘었다. 이런 공포정치로 교주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했다.

교주 마츠모토는 젊은 시절,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유행한 신흥종교 갓 라이트 어소시에이션의 교조 타카하시 신지의 저서를 탐독했다. 이후 훗날 조유 후미히로와 오오타 토시히로가 대담한 내용에 따르면, 옴 활동의 최종목적은 「종의 교체」이며, 교단 상층부에서 그것이 어느 정도 공유되었다. 마츠모토의 세계관에서는 인류 전체가 자신의 영성 수준을 높여 초인류 또는 신선민족이라 불리게 되는 존재로 진화할 「신적 인간」과, 물질적 욕망에 빠져 동물화하는 「동물적 인간」이라는 두 종류로 나뉘었다. 현세는 동물적 인간들이 메이저리티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신적 인간들이 마이너리티로서 학대받고 있다. 이 구도를 전복하는 것이 종의 교체다. 옴의 가르침과 지도로 신적 인간을 창출육성하고, 동시에 인류의 영성진화에 방해가 되는 동물적 인간을 숙청할 목적으로 70톤의 사린을 제조하여 일본을 사린으로 궤멸시킨 후 샴발라 또는 진리국이라고 불리는 유토피아 국가를 수립한다는 최종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옴진리교의 설명 중 '종의 교체'를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흥종교들이 아무리 많다고들 하지만 거의 모든 종교가 각자가 붙이는 명칭은 다르겠지만 위의 글에서 등장하는 '종의 교체'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고 생각했다. 기독교의 기본 교리에서도 이전의 유대인들은 도태되고, 새롭게 예수를 믿는 이들이 구원을 얻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불교에서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르는, 한 차원 높은 경지의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하물며 이단이라 손가락질당하는 '신천지'에서도 본인들의 교리를 받은 자들을 십사만사천이다, 흰 무리다 칭해 구원받는 자들이라 정하고 그들이 세상을 다스릴 것이라는 또 다른 '종의 교체'를 말한다. 결국 모든 종교가 '종의 교체'를 다루고 있다 해도 무방한 것이다. 어찌됐든 결국 최상위 포식자를 위해 아래에 있는 사람이 온갖 수발을 다 들어야 하는 것 또한 동일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리라.

 

 

책의 제목인 '개인주의'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사회 문제, 삶의 태도, 나아가 미래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까지도 글에서 언급하고 있다. 나는 '개인주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다양한 말들이 떠오른다. 예전 직장에서 헤드가 했던 말, "사회생활을 하기 싫으면 일을 하지 말아야지." 라든가, "넌 지독하게 개인주의구나." 라고 하던 직장 상사의 말이라든가, "넌 정말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구나."라는 말 등등. 그리고 책을 통해 내가 왜 그런 말들을 들었는지 너무나도 확실하게 깨달았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공동체다. 너무나도 심한. 나는 그 사람이 휴가를 신청하면 뭘 하든, 뭣 때문에 쉬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그 사람의 개인 사정이고, 자유니까. 그런데 웃긴 건 간호사는 휴가를 신청할 때 밑에 어떤 사유로 쉬는지를 밝혀야 한다. 결혼식, 시험(이라고 쓰면 어떤 시험을 보냐부터 시작해서 뭘 준비하는 거냐 등등 질문이 그치지 않기에 아예 다른 사유를 쓴다), 여행, 모임 등등. 그래, 내가 이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자. 그런데 왜 이 사유를 또 물어보는 거지?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병원에 다니던 간호사 동료분이 있으셨다. 나이도 지긋하시고, 딸이 고3이었다. 휴가를 신청하는 달의 마지막 즈음이 되자 빈칸에다 'off'를 예쁘게 그려 넣은 다음 밑에 사유를 '수능'이라고 적으셨다. 그런데 나중에 수간호사가 "딸이 수능 보는 건데 굳이 쉬어야 해요?"라고 했다. 듣고 너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내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기에. 더 믿을 수 없는 건 신규 간호사는 휴가조차 쓰면 안 된다. 만약 휴가를 쓰면(물론 아예 쓰지 못하겠지만) 앞에서 욕먹고, 뒤에서도 욕먹는다. 아니, 다들 간호사 아니야? 다들 행복해지자고 일하는 거 아니야? 왜 서로 못 물어뜯어서 난리야???? 그나마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도 간호사를 하다 온 사람들인걸 티 내는지, 아니면 인간이 원래 그런 건지 참 다른 일에 관심이 많다. 내 인간혐오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듯하다.

 

책의 말처럼 나는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고 싶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 또한 사회적 교류는 인간에게 있어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함을 제.발.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제발 알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니면 본인 자유만 침해받고, 타인의 자유는 좀 존중해 주시던지.

('나도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는..... 하아....)

 

 

 

앞으로 읽어보자

[과학적으로 '인간'과 '사회'를 설명한 사람들의 책]

 

○ 스티븐 핑거 "진화심리학" 관련

○ 대니얼 카너먼 "행동경제학" 관련

○ 조너선 하이트

○ 조지 레이코프

○ 캐스 선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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