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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윌라 오디오북 서비스를 신청한 지 3달이 다 돼 간다. 물론 다른 여러 일들이 많이 겹치기도 했지만 윌라와 함께 보냈기에 시간이 더 훅 지나간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간 읽은 책들이 적다고 하면 적은 양이지만 나는 한 권, 한 권을 머릿속에서 그려가며 읽었기에 더욱 재밌게 느꼈다. 그리고 이번 '스트로베리 나이트'도 내게 굉장한 여파를 남기고 책을 덮게 만들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직접 그리기도 하고, 워낙 외국인의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직접 이름들을 써가며 인물의 관계를 살피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 나가다 보니 정리도 잘 되고, 무엇보다 이야기에 푹 빠져서 더욱 몰입감을 갖게 했다.
아 참,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이야기의 내용에 그로테스크하고 불편함을 야기하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니 그런 부분을 읽는 것이 힘들 것 같다 하시는 분들은 미리부터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야기는 한 아이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아이는 독백으로 자신의 세계를 '잿빛'으로 정의하며 진행되는 사건을 묘사하는데 이 부분이 시작점임에도 심하게 자극적이어서 속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또한 아이의 독백은 챕터 첫 시작 부분마다 위치해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마다 책을 읽는 걸 포기할 뻔했다.
히메카와 레이코와 이오카 히로미스, 구사카 마모루 이미지 형상화
주인공은 형사 '히메카와 레이코'이고 주임 계급이다.
일본 경찰의 직급체계는 순경->경사->주임->경장 순인데 레이코는 27살에 주임 직위를 단 능력 있는 형사로 소개된다. 더군다나 미인이다. 그녀가 근무하는 경시청 수사 1과 10계에는 레이코가 속한 '히메카와 반', '고미네 반', '구사카 반', 그리고 '가쓰마타 반'이 존재하는데 그들 사이에 있는 은근한 신경전과 협동이 꽤나 자세하게 묘사돼 있어서 마치 내가 그곳에서 근무하는 듯이 피곤함까지 느꼈더란다.
히메카와 레이코 주임의 반 '히메카와 반'에는 이마이즈미 경감님이 그녀의 위로 계시고, 그녀의 밑으로는 이사쿠라 경사, 기쿠타 경사, 유다 순경, 오스카 순경이 있는데 사건이 발생한 관할구역에서 일하는 '이오카 히로마스'가 캐릭터가 엄청 특이해서 처음부터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이오카 히로마스'라는 인물은 관서지방 사투리(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것 같은데 한국말로 번역되면서 경상도 지방 사투리가 되어 엄청 웃겼다.
ex) "음청 바빠 지겠네예~" "하이고~~"
거기다가 성격도 붙임성이 좋아서 그걸 성우님이 표현해 내시는 것도 진짜 신기했다.
첫 번째 피해자 '가네하라 다이치'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시신에 있는 정보들을 적어가면서 이야기를 청취했다.
레이코 주임이 처음에 이오카와 팀이 되어 탐문수사(주변을 이잡듯 뒤지는 수사)를 펼치는데 처음 목격자가 바로 상상이 되는 이미지여서 그림으로 표현해봤다. 그런데 레이코 경위(주임)가 도무지 본인 목적만 밀어붙이는 거다 ㅠㅠ;; 원래 다른 사람한테서 정보를 얻어내려면 분위기 전환을 위한 담화 같은 걸 할 텐데 전혀;;; 오로지 질문만 강행;;
그나마 이오카씨가 "물 한 잔 먹을 수 있을까예?" 이러면서 그나마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ㅋㅋㅋ
그래서 적어놓은 거다.
'경위님ㅠ 제발 small talk 좀 해라..'고 ^^;
사건 현장은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봤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무지 자세하게는 못 그리겠어서 ㅎㅎ;
스트립장 사장님 너무 이미지 강렬하게 떠올라서 그렸다. 진짜 저렇게 생겼을 것 같았다.
그리고 꽤나 나중에 등장하는 '다쓰미 게이치'씨. 이 사람은 20대로 약간 날라리 느낌인데 은근히 양심이 있는 캐릭터였다. 뒷조사 전문가로 알고 있으면 된다. 후반 즈음에 등장을 해서 나는 스트립 사장처럼 금방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ㅋㅋ
엔딩 장면
이야기 중 '가쓰마마타 반'의 '가쓰마타 겐타쿠'라는 주임이 있는데 이 사람 이미지를 그리지 않긴 했지만 너무 강렬한 캐릭터라 언급해보고자 한다. 진심으로 이 사람, 성격에 문제 있다. 물론 일적으로는 상당한 능력가이긴 하지만... 작가님이 '능력만 있으면 성격은 어떻든'이란 느낌으로 쓰신 것 같아서 그를 너무 미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끝까지 들었다.
진짜 문제 있다고 생각한 게, '여자'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물론 이게 꽤 민감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게도 '가쓰마타, 여자한테 트라우마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그가 한 말들을 보면..
"너 같은 촌뜨기는 시골 화장실 뒤편에서 돈이나 벌어먹고사는 게 최고야!"
-같은 주임 계급인 레이코에게 한 말이다.
"너 같은 멍청이는 머리 굴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빌딩 안내원에게 한 말이다.
ㅠㅠ;;
그리고 일본이 진짜 성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던 부분도 있다.
레이코가 물론 미인인 점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녀가 그간 성희롱과 관련해서 간단하게 내린 처벌만 총 30회였다.
지하철에서 성희롱 당해 손가락 17번을 부러뜨렸고, 팔은 2회 골절 시켰으며 직장 내에서 성희롱으로는 손가락 6회 골절, 급소 3회 타격, 발을 걸어 생긴 뇌진탕은 2회였다.
그리고 챕터 3회쯤 되니까 범인이 예상이 가서 스릴러 많이 읽은 짬이 좀 찼나 싶었다 ㅋㅋㅋ 물론 더 빨리 발견하신 분이 있다면 고개를 숙여야 하겠지만 ㅎ
총평을 해보자면,
사건들이 잔인하고 그로테스크 하긴 했지만 글이 아주 안 읽히는 것은 아니었고, 그 부분만 지나고 나면 사건 해결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그렇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결 과정이 늘어진다 싶으면 또 자극적인 부분을 등장시켜서 집중력을 놓치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극히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임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 어울리다고 생각을 했고, 나아가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드라마화된 작품을 보진 않겠지만 시간이 남을 때 한 번 찾아보고 싶긴 하다.
근데 너무 그로테스크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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