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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 책이다.
나는 의료 관련된 책을 극도로 꺼리는데 그 이유가 그런 상황이 떠올라서 싫은 거였다.
그래서 수많은 간호사, 의사들이 쓴 책을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외국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에도 '미국 간호사가 되려면..' 이런 유의 책조차 눈에 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꺼림이 더욱 심해졌던 건 대학교 3학년 때 열풍이 불었던 간호사가 쓴 한 책이 거의 꾸며내듯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였다.
졸업을 한 후에는 의사한테 정이 떨어져서 의사가 쓴 책은 손대지도 않았고.... 뭐, 그랬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는 눈살을 찌푸리며 괜찮다 사양했었다.
정말 재밌다는 말에 어찌저찌 책을 빌리게 된 난 며칠간 그 책을 손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을 이르게 시작하여 집안일을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돌았던 그날,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집어 든 나는 차를 한 잔 준비하고 식을 때를 기다리며 책의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 즉시 지옥을 마주했다.
세상의 온갖 아픈 사람이 다 모여든 그곳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런 환자를 100단위도 아니고 1000단위로 보고 있다니....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작가는 병원의 이야기를 적은 것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이슈, 그리고 개인의 감정까지도 책에서 다루고 있었는데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 덕에 난 더욱 이 책에 빠져들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는 의료진 폭행과 소방대원의 국가직 전환이 대표적으로 기억나는데 지금 통과된 법안들이 이런 작은 노력 혹은 큰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 된 것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특히나 '의료진 폭행'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린 채였다. 심지어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심했을지는 책을 통해 알아보길 바란다.
생명을 경히 여긴다 쳐도, 사람을 살리려 애쓰는 사람을 폭행하는 건 도대체 어떤 이해를 펼쳐야 할까?
책을 읽으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 나머지 그냥 '저 사람은 작가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했을 수도 있어..'란 결론을 내려버렸다. 물론 술에 잔뜩 취해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고, 그는 작가와는 정반대로 몫숨을 앗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순 없지만 말이다.
초반에 나온 에피소드 중 하루 듀티 내에 식도가 터진 환자, 심각한 심근경색 환자 등등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읽으며 토가 나올 것 같았던 편이 있다. 작가는 그 당시 실수를 여러 번 하게 되는데 자신의 판단 미스 혹은 실수로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게 되는 상황이 얼마나 숨 막힐지 잘 가늠이 되질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혹사당하며 일을 끝마쳤을 때 남은 건 디지게 털리는 일..... 휴;;
읽으면서 함께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도 책은 술술 읽혀 읽는 속도가 느린 나임에도 금방 책의 커버를 덮을 수 있었다. 책을 덮고도 여운에 젖어 괜히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이런 에피소드가 더 많았으면..'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응급실'이란, 그리고 '실화'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기에 당연하게 자극적이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내용은 재미가 없을 수 없었다. 이에 더해 눈물을 자아내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책장 넘기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까 많은 고민이 됐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너무나도 많이 밀려와서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그런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책을 덮은 후에는 내가 그런 응급 상황들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생각이 성장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가짜 환자들 덕에 느꼈던 감정들이 간단히 퇴색됐지만 말이다.
보험 때문에 몇 주 더 있겠다 하는 사람, 퇴원 시기가 됐는데 새로운 증상을 들먹였지만 검사 결과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그런 사람들, 문 닫아달라고 콜 벨을 누르고, 공용 휠체어를 가지고 언성을 높이고....
왜 이렇게 지치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나보다 더한 지침이었겠지만 그와는 다른 종류의 지침이 날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책 재미있노라고, 꼭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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