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Q) 침대에 누워있을 때 화재경보가 울린다면 당신은 어쩌시겠습니까?

1. 가만히 누워 상황을 지켜본다.

2. 당장 달려 나간다.

3. 안절부절못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웅성거릴 때 나간다.

 

 

 

 

뭐 심리테스트 이런 거 아니고, 진짜 내가 겪은 일이다.

내 선택은 1번이었다. 하하.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다. 그리고 곧이어 화재경보가 울렸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만히 누워서 상황을 지켜봤다. 근데 갑자기 건물 내에 녹음돼 있던 안내방송까지 흘러나왔다.

 

"건물 내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그제야 위기감이 좀 들었다. 어딘가에 비치돼있던 손전등을 찾아 뺐는데 건전지가 없었다. 아마 다른 집들도 모두 배터리 따위 없을 것이었다. 아무튼 간단히 포기하고, 깜깜한 방 안에서 옷을 껴입은 후에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서 나왔다. 순간적으로 '이게(내 방에 있던 물건들) 다 타버리면 난 어쩌지...'란 생각이 들긴 했는데 우선 나갔다. 사람들이 다 나와있었다. 아마 화재가 발생한 곳에 스프링클러도 터진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해결할 일은 없어서 밖에 나가 가족들한테 전화를 하는데 다들 이런 경험이 없어서 소방서에는 연락했냐는 것부터 물었다. 그나마 불이 크게 난 건 아닌지 119까지는 부르지 않고 진압을 완료했다고 들었는데 그 와중에 정전된 게 안 돌아와서 며칠 고생했다.

 

우리나라에 대형 사고들이 간간히 일어나기에 항상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된다, 저럴 때는 어떻게 해야된다 주의를 듣기는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는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삼풍백화점 사고,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세월호 사건까지....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인데 자잘한 사건까지 들먹이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모두가 사건 발생 장소는 지옥이었다고 답한다. 죽어가는 와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막연할지 상상도 못 하겠다.

 

소소한 화재현장을 겪고 난 후 위의 질문을 내게 해보곤 한다. 나중에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은 휴대용 손전등 배터리부터 갈아야겠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