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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김광규, '대장간의 유혹'
얼마 전에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간 일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가며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도 한강의 풍경만큼은 놓치기 싫어서 피곤한 와중에도 꾸역꾸역 고개를 쳐들고 있었더랜다.
많이 왔다간 서울이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약 700명 가량을 뽑는 자리인데 그 수의 3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렇다면 서류지원을 한 사람을 얼마나 많았을 지가 참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탈락 문자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기억이 있다. 합격을 하기 전임에도 그곳에서 일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왜그리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던지....
그만큼 대학병원의 간호사라는 직업이 무시무시한 것이겠지.
그래서인지 이번에 이 시를 발견하고 더욱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려왔다.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
이 얼마나 찰떡같은 표현인가.
특히 '망가지면'..
이 부분이....
너무너무 공감이 됐다.
양산되고 버려지고를 반복하기에 더욱 플라스틱 대량생산품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이 시를 읽기 전에도 그 많은 지원자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마치 부나방같지 않은가....'
다른 직종도 힘들다고는 하지만 간호사들은 어디 한 부분은 다들 망가져 있다.
일을 그만둔 사람들은 심하게 망가져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나 발버둥치고 있는 것일테다.
대장간의 무쇠낫처럼 달구고 벼려진 귀중품이 되려고 이리도 아등바등 하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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